코는 피해자, 비염은 증상
코는 피해자, 비염은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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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鼻炎, rhinitis) 때문에 위험해질 수 있는가? 있다.
며칠 전 13만여 곳의 교회로 방송되는 모 기도회의 간증을 들었다. 간증의 주인공은 여자분이었다. 중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심한 화상을 입어 피부이식을 포함한 수많은 수술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사고 이야기는 이러했다.
비염이 심했던 엄마가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던 중, 집 안에 가득 찬 가스 냄새를 맡지 못한 채 가스레인지의 스위치를 돌렸다. 그 순간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어머니는 즉사하고 그는 95%의 3도 화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아름다움에 목숨을 걸기도 하는 여자임에도 화상 흉터 가득한 얼굴과 피부로 살면서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믿음을 바탕으로 긍정의 삶을 살고 있었다. 존경스러웠다.
사람 몸의 값은 얼마인가? 없다. 몸은 세상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거울을 본다. 보이는 대로 눈, 코, 귀, 입, 팔, 다리 등 하나하나에 가격을 매겨본다. 망가진 것이 있다면 한 부위당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 생각해보면서 …. 그러나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은 첨단 과학도 머리카락 한 올 똑같이 만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몸에는 세상 어느 것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비염이 코에 있는 단순한 염증이 아니다. '비극의 방아쇠'로 작용한 다는 것을 임상 현장에서 수없이 봐왔다. 코의 기능을 알고 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방어 기관이기 때문이다. 고성능의 공기정화, 살균, 가습, 제습, 냉난방 기증을 순식간에 수행해낸다.
12cm 길이에 불과한 코의 숨길을 0.25초 만에 지나가는 공기 속의 먼지와 세균의 80% 이상을 걸러주는 것이 코이다. 온도는 33℃ 이상, 습도는 80%로 조절할 수 있는 '어벤저스'급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겨울의 대기 온도가 영하 25˚C 라면 공기의 온도도 영하 25˚C 이다. 이 찬 공기가 코로 들어가 목에 있는 상기도(上氣道)에 도착하면 영상 33˚C 이상으로 올라가 있어야 한다. 영상 31˚C 이하라면 기침과 재채기가 나와 호흡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영하 25˚C 에서 영상 33˚C 까지의 온도 차이는 무려 58˚C 이다. 0.25초만에 이렇게 온도를 높일 수 있을까. 이 일을 하기 위해 콧속에는 다섯 개의 동맥이 들어와 있다. 키셀바흐 플렉서스(Kisselbach plexus)가 그곳이다.
습도 5%의 건조한 사막에서 숨을 쉰다면, 상기도로 숨이 들어가는데 걸리는 0.25초 안에 습도를 80%까지 올려야 한다. 5%에서 80%까지의 차이는 무려 75%포인트다. 이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가습기를 작동시켜보면 안다. 가습기로는 동일한 시간에 5%에서 80%의 습도를 얻기 어렵다.
세균과 먼지의 80%를 0.25초 안에 콧물(청소액)에 묻혀 잡아내야한다. 거미줄에 걸린 날벌레처럼 세균과 먼지를 잡아내 죽음으로 보내는 것이다. 콧물에 묻혀진 세균과 먼지는 솜털(섬모)의 움직임으로 코 안쪽으로 밀려가다가 식도로 미끄러져 들어가 위장에서 pH 1~2인 강산성 위액에 의해 완전 소멸된다. 코 밖으로 흐르는 경우는 코 숨길이 막혔거나 코감기로 심하게 부은 경우다.
콧속에는 폐 감염을 막아주는 미생물이 있다. 장속에 소화 ·면역 기능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이 있는 것처럼 호흡기의 점막에도 폐 감염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을 높여주는 미생물이 있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ENT 연구팀 발표 논문 근거)
3,000만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코 점막에 존재하는데, 3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표피포도상구균'이다. 이 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폐 감염을 막아준다. 표피포도상구균은 항(抗)바이러스 물질인 '어터페론 람다(interferon- λ)'의 생성을 촉진한다. 이 물질은 바이러스를 직접 사명시킬 수 있는 안터페론 유도성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켜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하도록한다.
이렇게 강력한 기능을 가진 콧속에 염증이 상존한다면? 답은 자명하다. 염증을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을 찾지 못해 오래 고민했고, 장기간 연구에 몰두해 마침내 답을 찾아냈다. 염증의 원인을 알아낸 것이 시작이었다.
비염이 발생해 악화되는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① 엄마 자궁에 태아로 있을 때 양수가 부비동에 차거나, 코를 잘못푸는 습관으로 부비동으로 역류된 염증 분비물이 부비동의 출구를 막아 발생한다.
② 이 때문에 하루 1.5ℓ 정도 나오는 부비동 청소액의 배출이 막혀 염증이 점차 악화되면서 고름이 조금씩 배출된다.
③ 부비동 안은 온도가 36.5℃ 이상이라 모든 것이 부패한다. 이때 관여하는 세균은 우리 체중의 10%를 차지하는 착한 세균(공존세균)이다. 공존세균은 39조 마리로 30조인 인체의 세포보다 많다고 한다. 이 세균의 관여로 생겨난 염증은 독성이 낮은 물컹거리는 백색 염증이다. 그러나 감기 등에 의해 외부에서 나쁜 세균(유해세균)이 들어오면 독성이 높은, 끈적이는 황색이나 녹색 염증으로 변한다.
④ 부비동에 이 염증이 가득 차서 부비동 내 압력이 증가하면, 부비동의 뼈가 사방으로 팽창한다. 특히 중력에 의해 아래쪽으로 심하게 처지게 된다.
⑤ 이때 이 뼈와 서로 고정되어 있는 콧속의 구조물(부중격과 외측연골, 이빅연고, 비갑개 등)들도 동시에 처지며 코의 숨길을 막는다.
⑥ 코와 부비동의 청소액인 콧물 약 3ℓ 가 세균과 먼지를 끌어안은채 막힌 통로의 염증화를 촉진한다.
⑦ 염증으로 점막이 부어오르며 코의 숨길이 더욱 좁아진다. 이 악순환이 계속되면 중이염, 결막염, 각막염, 두통이 발생하고, 구강호흡과 수면무호흡을 하며 심하면 중풍, 치매, 파킨슨병으로 까지 연결된다. 그런데 비염이 발생하는 다른 원인도 있다. 타박 등에 의해 코뼈가 함몰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렇게 되어도 숨길이 막히고 비염으로 발전한다.
만성 비염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생겨나 자리를 틀고 앉아 평생 사람을 괴롭힌다. 흘러내리는 부비동 내의 염증 분비물을 타 부위로 전이시키는 결정적인 매개행위가 양쪽 콧방울을 누르고 푸는 것임도 알게 되었다. 양쪽 콧방울을 누른 채로 코를 풀거나 부어 있는 코를 풀게 되면 부비동에서 나온 염증 분비물과 콧물에 갇힌 세균과 먼지들이 청소액을 공급하는 귀와 눈, 부비동으로 역류돼 중이염, 결막염, 안구건조증, 부비동염(축농증)을 악화시키거나 유발시킨다.
코는 누차 강조하지만 정교하고 내구성이 강한 방어창치이다. 코는 끊임없이 호흡하는 인체를 외부로부터 지키는 최전선에 있다. 최전선을 지키는 국군이 강건해야 안보가 유지된다. 코가 무너지면 예비군인 편도선이 대응해야 하는데, 사회인으로 구성된 예비군의 전력은 국군에 비할 바가 아니다. 편도선이 와해되면 민방위대인 성대가 대응한다.
이런 상황은 적이 우리 영토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훈련이 덜 된 편도선과 성대가 대응하면 우리 몸은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편도선염이 생기고 성대결절이 발생한다. 외부의 적은 폐까지 침투해 더 큰병을 만들 수 있다. 최전선의 국군의 전력만큼 코의 건강이 중요하다.
코 문제는 부비동, 비중격 등 다른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놓치지 많아야 한다. 윈인적인 치료를 시행하면 코는 알아서 자기 능력을 회복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 몸의 '보디가드'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필자가 코는 피해자고, 비염은 증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아하나요?, p31~37, 이태훈,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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